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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동물 아카이브

피레네아이벡스, 두 번 멸종한 유일한 동물

by 멸종동물 기록관 2026. 9. 11.

이번에 다룰 소재는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의 피레네 산맥에 살았던 야생 염소, 피레네아이벡스(Pyrenean Ibex, 현지에서는 '부카르도'라 불림)입니다. 이 동물은 멸종한 뒤 복제를 통해 짧게나마 다시 태어났다가 곧바로 또 한 번 멸종한,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 중 유일하게 '두 번 멸종한' 사례로 꼽힙니다.

피레네아이벡스는 어떤 존재였는가

피레네아이벡스는 스페인아이벡스(Capra pyrenaica)의 한 아종으로, 학명은 Capra pyrenaica pyrenaica입니다. 현지에서는 흔히 '부카르도(bucardo)'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을 가르는 피레네 산맥의 고산 지대에 서식하던 고유 아종이었습니다.

피레네아이벡스, 두 번 멸종한 유일한 동물
피레네아이벡스, 두 번 멸종한 유일한 동물

구분 내용
학명 Capra pyrenaica pyrenaica
분류 포유강 - 우제목 - 소과 - Capra속(염소속)
서식지 스페인·프랑스 국경 피레네 산맥의 고산 지대
크기 몸무게 최대 약 100kg, 부드럽게 굽은 긴 뿔
멸종 시기 2000년 1월 6일(마지막 개체 '셀리아' 사망)
멸종 원인(요약) 19세기 이후 지속된 사냥으로 인한 개체군 붕괴

 

몸무게가 최대 100kg에 이를 만큼 큰 편에 속하는 야생 염소로, 부드럽게 뒤로 굽은 긴 뿔이 특징이었습니다. 가파른 절벽을 능숙하게 오르내리며 나뭇잎과 풀을 뜯어 먹고 살았고, 중세 시대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오랫동안 피레네 산악 지역을 상징하는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사냥이 급격히 늘면서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1910년 무렵에는 스페인 북부의 한 계곡 지역에 약 40마리 정도만 남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1918년에는 이 아이벡스를 보호할 목적도 포함해 오르데사이몬테페르디도 국립공원이 설립되었지만, 이후에도 개체군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계속 줄어들기만 했습니다.

왜, 어떻게 멸종에 이르렀는가

피레네아이벡스가 멸종에 이른 원인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19세기부터 이어진 사냥으로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20세기 들어서는 이미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까지 개체군이 축소되어 있었습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로도 몇십 마리 규모의 소수 개체군만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다가, 결국 2000년 1월 6일, 당시 13세였던 마지막 개체 '셀리아(Celia)'가 쓰러진 전나무에 깔려 죽은 채 발견되면서 이 아종은 공식적으로 멸종을 맞았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셀리아가 죽기 약 9개월 전인 1999년, 오르데사이몬테페르디도 국립공원의 야생동물 수의사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아리아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미 멸종을 예견하고 셀리아를 포획해 귀에서 피부 조직을 채취해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조직은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된 뒤, 셀리아는 다시 야생으로 방사되었습니다.

멸종이 남긴 흔적과 기록

셀리아의 죽음으로부터 3년 뒤인 2003년 7월 30일, 스페인과 프랑스의 공동 연구팀은 냉동 보관해 두었던 셀리아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를 시도했습니다. 유전 물질을 제거한 염소 난자에 셀리아의 세포핵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총 154개의 배아를 만들어 5마리의 대리모(염소 또는 염소-아이벡스 잡종)에 이식했고, 이 중 단 한 마리만이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해 제왕절개로 새끼를 출산했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는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보이며 눈을 뜨고 다리를 움직이는 등 한동안 건강해 보였지만, 폐 조직에 구조적 결함이 있었던 탓에 태어난 지 불과 몇 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비록 오래 살지 못했지만, 이 사건은 멸종한 종의 세포로 살아있는 개체를 실제로 태어나게 한 세계 최초의 '탈멸종(de-extinction)' 성공 사례로 널리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피레네아이벡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 중 유일하게 '두 번 멸종한' 동물이라는 독특한 별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셀리아의 죽음으로, 또 한 번은 복제된 새끼의 죽음으로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피레네아이벡스의 이야기는 탈멸종이라는 기술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증거인 동시에, 그 한계 역시 뚜렷하게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대리모를 이용하는 복제 방식으로는 애초에 완전히 '순수한' 형태로 종을 되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단 하나의 개체를 복제하는 데도 수백 개의 배아와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이 실험을 통해 분명해졌습니다.

 

한편 2014년에는 프랑스 쪽 피레네 산맥에 생태학자들이 스페인 중부에 서식하는 다른 아이벡스 아종을 들여와 방사했는데, 오늘날 이 아이벡스들이 한때 부카르도가 차지했던 생태적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태 복원인지, 아니면 그저 비슷한 다른 동물로 빈자리를 메운 것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제된 새끼가 살아남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그 짧은 몇 분간 실제로 숨을 쉬고 눈을 떴다는 사실 자체가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완전한 부활은 아니었지만, 멸종이 반드시 돌이킬 수 없는 절대적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FAQs

Q1. 복제된 새끼가 죽은 정확한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부검 결과 복제된 새끼의 폐 중 한 부분에 여분의 엽(폐엽)이 자라나 있는 구조적 기형이 발견되었으며, 이로 인한 호흡 부전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폐 기형은 체세포 복제 동물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합병증 중 하나로, 복제 기술 자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자주 언급됩니다.

Q2. 셀리아의 세포는 지금도 보관되어 있나요?

네, 셀리아의 냉동 조직 시료는 사라고사와 마드리드의 여러 연구기관에 나뉘어 지금도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복제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재도전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2003년 실험 이후 추가적인 복제 시도가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Q3. 2014년 방사된 아이벡스는 부카르도와 같은 종인가요?

아닙니다. 2014년 프랑스 피레네 지역에 방사된 개체들은 스페인 중부에 서식하는 이베리아아이벡스(Capra pyrenaica hispanica 등)로, 부카르도와는 같은 종(Capra pyrenaica) 안의 다른 아종입니다.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존재는 아니지만, 비슷한 고산 환경에 적응한 근연종을 통해 생태적 빈자리를 메워 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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