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멸종동물 아카이브

콰가, 앞모습은 얼룩말 뒷모습은 말이었던 남아공의 동물

by 멸종동물 기록관 2026. 9. 2.

이번에 다룰 소재는 몸의 절반에만 줄무늬가 있던 독특한 얼룩말, 콰가(Quagga)입니다. 오랫동안 별개의 종으로 여겨졌던 이 동물이 사실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멸종 이후 어떻게 세계 최초의 멸종동물 유전자 연구 대상이 되었는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콰가는 어떤 존재였는가

콰가는 오늘날 아프리카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원얼룩말(Plains Zebra)의 한 아종으로, 학명은 Equus quagga quagga입니다. 1778년 처음 학계에 보고될 당시에는 독립된 종으로 분류되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루(Karoo) 지역과 남부 자유주(Free State) 일대에 서식하는 고유 아종이었습니다.

 

콰가, 앞모습은 얼룩말 뒷모습은 말이었던 남아공의 동물
콰가, 앞모습은 얼룩말 뒷모습은 말이었던 남아공의 동물

 

구분 내용
학명 Equus quagga quagga
분류 포유강 - 기제목 - 말과 - Equus속(평원얼룩말의 아종)
서식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루 지역과 남부 자유주
외형 머리·목·어깨에만 짙은 줄무늬, 뒷부분은 줄무늬 없는 갈색 바탕
멸종 시기(추정) 야생 1878년경, 마지막 사육 개체 1883년 8월 12일
멸종 원인(요약) 가죽·고기 목적의 남획과 가축 사료 경쟁자로 인식되어 벌어진 박멸

 

콰가의 가장 큰 특징은 몸 전체에 고르게 나 있는 다른 얼룩말과 달리, 줄무늬가 머리와 목, 어깨 부위에만 짙게 나타나고 뒤로 갈수록 점점 옅어지다가 몸통 뒷부분과 다리에서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뒷모습만 보면 얼룩말이라기보다는 밋밋한 갈색 말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독특한 외모 때문에 초기 박물학자들 사이에서는 콰가를 얼룩말보다 오히려 야생마에 더 가까운 동물로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다른 그레비얼룩말이나 산얼룩말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초원을 이동하며 풀을 뜯었고, 다른 초식동물들과 뒤섞여 지내는 습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어떻게 멸종에 이르렀는가

콰가가 사라진 원인은 명확합니다. 17세기 후반부터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유럽 이주민들에게 콰가는 고기와 가죽을 얻을 수 있는 사냥감이자, 동시에 양과 염소 같은 가축이 먹을 풀을 두고 경쟁하는 성가신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겹치면서 대규모 사냥이 이어졌고, 19세기 중반 무렵에는 이미 서식 범위가 크게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야생 무리는 오렌지 자유주 지역에 있었는데, 이 개체군마저 1878년경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몇몇 개체는 유럽의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사육 번식에는 대부분 실패했고, 결국 마지막 개체가 1883년 8월 12일 암스테르담 동물원에서 죽으면서 콰가라는 아종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콰가가 다른 얼룩말과 분명히 구별되는 별개의 존재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멸종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렇게 미처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사라진 생물이 생각보다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멸종이 남긴 흔적과 기록

콰가는 멸종 이후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1984년, 남아프리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박제 표본의 조직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이는 멸종한 동물의 DNA를 분석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콰가가 오랫동안 알려진 것처럼 독립된 종이 아니라, 오늘날 아프리카 초원에 넓게 분포하는 평원얼룩말의 한 아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05년에는 13개 박물관 표본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이 결론을 다시 확인했고, 콰가가 늦어도 약 29만 년 전 무렵 평원얼룩말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도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표본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남아 있는 콰가의 가죽은 전 세계에 23점, 완전한 골격은 7점 정도에 불과합니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찍힌 사진도 런던동물원에서 촬영된 몇 장이 전부이며, 찰스 다윈이 그 동물원에서 살아 있는 콰가를 직접 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콰가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987년 시작된 '콰가 프로젝트(Quagga Project)'입니다. 콰가가 평원얼룩말의 아종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남아프리카의 연구자 라인홀트 라우(Reinhold Rau)를 중심으로 줄무늬가 적고 뒷부분이 갈색을 띠는 평원얼룩말 개체들을 선별해 교배하는 '역교배(breeding back)'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렇게 몇 세대를 거쳐 태어난 개체들은 실제로 박물관에 남아 있는 콰가 표본과 겉모습이 매우 흡사해졌고, 지금도 남아프리카의 여러 보호구역에서 방목되며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개체들이 유전적으로 사라진 콰가를 되살린 것인지, 아니면 그저 콰가와 닮은 외형을 골라낸 평원얼룩말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콰가는 살아 있는 세포가 남아 있지 않아 복제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이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결론 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겉모습만이라도 되살려 보려는 이런 시도가, 사라진 생물에 대한 사람들의 아쉬움을 어떤 식으로든 달래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FAQs

Q1. 콰가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나요?

콰가라는 이름은 남아프리카 원주민인 코이코이족의 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동물이 내던 특유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한데, 실제로 정착민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이 이름이 콰가뿐 아니라 평원얼룩말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호칭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름의 혼용이 훗날 콰가와 다른 얼룩말들을 구분하는 데 혼란을 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Q2. 콰가 프로젝트로 태어난 얼룩말은 실제로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콰가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난 개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케이프 지역의 자연보호구역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방목되어 있으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줄무늬가 옅어지고 몸통 뒷부분이 갈색을 띠는 특징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모칼라 국립공원 등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야생 평원얼룩말 무리에서도 뒷부분에 줄무늬가 거의 없는 개체가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 콰가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진 유전형질이 아니라 평원얼룩말 안에 여전히 잠재해 있는 변이일 수 있다는 추정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Q3. 콰가와 오늘날의 평원얼룩말은 정확히 어떤 관계인가요?

콰가는 별도의 종이 아니라 평원얼룩말이라는 하나의 종 안에서 가장 남쪽에 서식하던 개체군, 즉 지리적 변이(cline)에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결론입니다. 즉 오늘날 아프리카 각지에 서식하는 평원얼룩말들도 지역에 따라 줄무늬의 진하기나 범위가 조금씩 다른데, 콰가는 그런 자연스러운 변이의 스펙트럼 중 남쪽 끝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형태였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콰가를 완전히 다른 동물이 아니라, 평원얼룩말이라는 큰 종의 한 극단적인 모습이 사라진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최근 학계에서는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멸종동물 시리즈 7] 서세스블루는 어떤 존재였는가

서세스블루는 부전나비과(Lycaenidae)에 속하는 작은 나비로, 학명은 Glaucopsyche xerces입니다. 1852년 프랑스의 곤충학자 부아스뒤발(Boisduval)에 의해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

adsense202609.co.kr

 

 

[멸종동물 시리즈 8] 핀타섬땅거북, '외로운 조지'로 기억되는 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개체

핀타섬땅거북은 어떤 존재였는가핀타섬땅거북은 땅거북과(Testudinidae)에 속하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의 한 종으로, 학명은 Chelonoidis abingdonii입니다. 이름 그대로 갈라파고스 제도 최북단에 위치한

adsense202609.co.kr

 

 

[멸종동물 시리즈 9] 도도, 멸종의 대명사가 된 모리셔스의 날지 못하는 새

이번에 다룰 소재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 도도(Dodo)입니다. 인도양의 작은 섬에서 평화롭게 살던 이 새가 어떻게 채 백 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되

adsense20260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