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소재는 카리브해 과들루프섬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과들루프섬앵무(Guadeloupe Amazon)입니다. 이 새는 지금까지 다룬 다른 멸종 동물들과 달리 뼈나 박제 표본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아, 오직 17~18세기 문헌 속 글과 그림만으로 그 존재를 추정하는 독특한 사례입니다.
과들루프섬앵무는 어떤 존재였는가
과들루프섬앵무는 앵무과(Psittacidae) 아마존앵무속(Amazona)으로 분류되는 새로, 학명은 Amazona violacea입니다. 1664년 프랑스 식물학자 장바티스트 뒤테르트르(Jean-Baptiste Du Tertre)가 처음 문헌으로 기록했고, 1667년에는 삽화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소개되었습니다. 카리브해 소앤틸리스 제도의 프랑스령 섬 과들루프에서만 서식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 구분 | 내용 |
|---|---|
| 학명 | Amazona violacea (Gmelin, 1789) |
| 분류 | 조강 - 앵무목 - 앵무과 - Amazona속 |
| 서식지 | 카리브해 소앤틸리스 제도,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
| 외형(문헌 기록 기반) | 머리·목·아랫배는 보라·짙은 회색, 등은 갈색빛 초록, 날개는 초록·노랑·빨강 |
| 멸종 시기(추정) | 1779년 이후~18세기 말 |
| 멸종 원인(요약) | 프랑스 정착민의 식용 사냥과 서식지 파괴 |
당대 기록에 따르면 이 새는 머리와 목, 배 부위가 보라색 혹은 짙은 회색을 띠며 초록과 검정이 섞여 있었고, 등은 갈색이 도는 초록빛, 날개는 초록과 노랑, 빨강이 어우러진 화려한 색채였다고 합니다.
깃털에는 은은한 무지개빛 광택이 있었고, 목 주변으로 옷깃처럼 깃털을 부풀려 세울 수 있었다는 묘사도 남아 있습니다. 과일과 견과류를 먹었고, 암수가 번갈아 가며 알을 품는 습성이 있었다는 기록도 전해지는데, 이런 세부 묘사들은 모두 실물 표본이 아니라 당시 박물학자들이 남긴 글에 근거한 것입니다.
왜, 어떻게 멸종에 이르렀는가
과들루프섬앵무의 멸종 원인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17세기 이후 과들루프에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이 새를 식용으로 사냥했고, 동시에 농경지 개간을 위해 서식지였던 숲을 파괴했습니다. 1779년, 프랑스의 박물학자 뷔퐁(Buffon)은 이 새가 이미 매우 희귀해졌다고 기록했는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18세기가 끝나기 전에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그네비둘기나 도도처럼 뚜렷한 최후의 순간이나 마지막 개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애초에 유럽인의 정착과 거의 동시에 관찰과 소멸이 함께 진행된 탓에, 멸종 과정 자체를 세밀하게 추적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멸종이 남긴 흔적과 기록
과들루프섬앵무를 다루면서 가장 독특한 지점은, 이 종이 국제자연보전연맹 등에서 '가상의 절멸종(hypothetical extinct species)'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실제 박제나 뼈 표본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고, 오직 17~18세기 문헌 속 서술과 삽화만으로 그 존재가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근 마리갈랑트섬에서 발견된 정강뼈와 자뼈 화석 일부가 이 종의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후일담도 있습니다. 1905년, 영국의 동물학자 월터 로스차일드는 과들루프에 '보라마코앵무(Violet Macaw)'라는 또 다른 절멸종이 살았다고 발표했는데, 2015년의 한 연구에서 이 주장이 실은 과들루프섬앵무에 대한 부정확한 옛 묘사를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된 오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종이 100년 넘게 학계 기록에 남아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같은 연구는 과들루프에 이와는 별개로,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소앤틸리스마코앵무(Lesser Antillean Macaw)'라는 또 다른 절멸종이 있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 새를 조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멸종이라는 사건이 유물 하나 남기지 못한 채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다룬 다른 동물들은 최소한 박제나 뼈, 사진 한 장이라도 남아 있어 그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과들루프섬앵무는 사람의 글과 그림이라는 훨씬 불확실한 기록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새가 도미니카섬에 현존하는 임페리얼아마존과 매우 가까운 근연종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나, 인근 마르티니크섬에서 비슷한 시기 사라진 마르티니크아마존과 하나의 초종을 이루었을 것이라는 가설도 모두 물증이 아닌 정황적 유사성에 기대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카리브해 곳곳에 발을 들이던 시기, 미처 학명조차 제대로 정리되기 전에 사라진 생물이 이 새 말고도 더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록에 남지 못한 채 사라진 존재들까지 고려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멸종 목록은 실제 일어난 사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FAQs
Q1. '가상의 멸종종'이라는 분류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국제자연보전연맹과 조류학계에서는 실제 표본, 화석, 사진 같은 물리적 증거 없이 오직 역사 문헌의 서술만으로 존재가 추정되는 종을 '가상의(hypothetical)' 절멸종으로 구분해 다룹니다. 이런 종은 당시 기록의 신뢰도에 따라 실제 존재 여부 자체가 후대 연구에서 뒤집히기도 하는데, 앞서 언급한 보라마코앵무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어 해석에 특히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Q2. 도미니카의 임페리얼아마존은 지금도 살아있나요?
네, 과들루프섬앵무의 가장 가까운 근연종으로 추정되는 임페리얼아마존(Amazona imperialis)은 카리브해 도미니카섬에 지금도 생존해 있습니다. 다만 이 새 역시 서식지 파괴와 허리케인 피해 등으로 개체 수가 매우 적어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위급종(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되어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Q3. 카리브해에서 비슷한 시기 사라진 다른 앵무 종도 있나요?
네, 과들루프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마르티니크섬에 살았던 마르티니크아마존(Amazona martinicana) 역시 18세기 말 무렵 자취를 감췄습니다. 당대 박물학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이 새 역시 한때는 섬에서 상당히 흔하게 관찰되었지만, 1800년 무렵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두 섬 모두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이유(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고유종 앵무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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